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김창환 작가는 1997년 30살의 늦은 나이였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경원대 환경조각과에 입학하여 그토록 꿈꿔왔던 조각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조각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건축공사현장 철근가설, 이발, 신문 배달, 누수 탐지, 전기 부품조립 등 다양한 일들을 했다. 꿈을 향한 고된 노력 끝에 그는 동대학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칠 수 있었다.
3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전에는 미술과 전혀 다른 일들을 해왔는데, 갑자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런 어려운 상황은 내가 자연스럽게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어디에도 메이지 않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미술선생님들로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고, 자연스럽게 그 쪽에 관심이 많이 생겨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미술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잔재로 많이 남아있었다. 그런 생각과 관심들이 모여 결국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로 가게 되었던 것 같다.
작업의 대부분이 조각인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어릴 때 특히 만들기를 좋아했다. 썰매, 총 같은 것들을 직접 만들었다. 공구 하나 없이 못으로 철에 구멍을 내고, 칼을 자주 가지고 놀다 보니 많이 다치기도 했다. 어린 시절 항상 무엇인가 만들었던 기억 때문인지 회화보다는 조각 작업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철근 상어와 김창환
김창환 작가는 거칠고 단순해 보이는 철을 사용하여 정교하고 섬세한 그만의 작업을 통해 부드럽고 우아한 작품으로 대중에게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3차원 입체 설치 작품이지만 열린 공간에 연필로 드로잉 한 듯한 인상을 준다.
‘아름답고 유연하게 헤엄치는 상어’는 작가가 되고자 산전수전을 겪어 온 그의 이상을 보여준다. ‘상어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 작품으로 승화한 상어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곤 할 것이다.’ 상어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강력한 권력에 얽매인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유롭게 하늘에서 유영하는 상어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탈과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주로 철을 이용한 작업을 하는데, 철의 물성은 차갑고 강하지만 작품들은 부드럽고 유연한 느낌이 든다. 철을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선 철은 다루기 쉬운 재료다. 가변성이 뛰어나 접거나 자르거나 휘거나, 용접해 연결도 할 수 있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쉽게 나타낼 수 있는 재료이다. 여러 재료를 접해봤지만, 내 안의 응어리 같은 것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재료로 느껴졌다.
그리고 저렴하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비나 생활비도 스스로 벌어 살아야 했기 때문에 저렴한 재료를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철근 구조의 패턴에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 작품은 우리 사회를 보여준다. 자본의 굴레에서 누구도 벗어나서 살아갈 수 없는, 그런 흐름에 연결된 우리의 삶을 전제로 패턴이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다이아몬드는 자본이나 돈을 나타내고, 십자가는 종교, 만(卍)자도 종교를 의미하고, 이런 방식으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어떻게 보면 그 속엔 모순이나 긍정적인 표현이 다양하게 드러나며 많은 의미를 포괄적으로 품고 있다. 작품의 표현에 있어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우습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연출 역시 중요한 요소일 것 같다.
작품 연출에 있어 고려하는 것은 사회와의 관계성이다. 상어들이 모여있거나 흩어져 있는 모습은 사람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을 캔버스 삼아
분주한 빌딩 숲 사이를 유영하는 8마리의 상어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바쁜 걸음을 잠시나마 멈추게 한다. 2013년, 명동 에비뉴엘과 영플라자를 연결한 러브릿지 위에 나타난 김창환의 철근 상어 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작가는 쌈지길을 비롯해 미나리 하우스의 건물 옥상, 대만에서 열리는 예술축제인 Very Fun Park에서 행사 개최사인 Fubon Financial 건물 로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 작품을 설치했다. 예측하지 못했던 장소에 유유히 걸린 그의 작품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든다.
넓은 공간에 설치된 철로 만들어진 대형 구조물들은 어떤 각도에서 보는 가에 따라 보는 이로 하여금 매우 다른 시각적 경험을 하게 만든다. 그는 허공에 작품을 띄우고 하늘과 함께 어우러지는 풍광을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작품의 높낮이를 맞추며 용접에서 설치까지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이를 통해 하늘의 모습에 따라 변하는 그의 작품이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여 변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음을 보여준다.
VERY FUN PARK 2013
해외에서의 첫 전시, 2013년 대만 Very Fun Park 에서 어땠나?
좋았다. 그러나 작품 설치 공간이 실내여서 아쉬웠다.
실외 공간을 선호하는 것인가?
작품에 따라 다르다. 얇고 가볍게 제작된 작품들은 야외에 설치하는 게 좋고, 철근이나 무거운 소재들은 갤러리가 잘 맞는 것 같다.
작품을 연출 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장소의 성격이다. 주변 장소와 작품이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점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역시 홀로 살 수 없듯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이루어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작품 역시 억지스럽지 않게 주변 환경에 따라 성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늘이 흐려지면 작품도 같이 흐려지고, 맑아지면 또 다른 느낌으로 변하고,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작품에도 그대로 묻어나길 원한다.
자연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어김없이 행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이 비범한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 문구는 내 삶의 모토이다. 그러나 제목으로 쓰이기엔 너무 포괄적이고, 작품이 그 모토를 담지 못하는 것 같아서 ‘흩어짐’ 이라고 제목을 변경했다. 내가 지금도 계속 말을 하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그 말도 소멸되듯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나도 언젠가는 흩어진다..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이다.
‘자연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어김없이 행하고 있다.’는 자연의 순리와 섭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품의 제목은 ‘상어’처럼 평이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압축해서 정하기도 한다. 작품 제목에서 힌트를 많이 주는 것도 있고 아예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것도 있다. 무제 작품이 지금까지 하나 있는데, 영은 미술관에 최근 전시한 철근 세 가닥으로 만든 작품이다. 너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어떤 제목도 담지 못하였고, 관람객들의 몫으로 열어두었다.
Fly to the sky
작가가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소재인 철근을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관람객들을 일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 속으로 초대한다. 김창환 작가는 일련의 철근 작업을 통해 삶에서 얻은 통찰력과 본인이 추구하는 자유의 의지를 드러낸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상어는 더 이상 위협적이거나 경쟁적인 존재가 아닌 자유의 대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성보다 강하고 유연한 가슴으로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자신의 작품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비상을 기원한다.
작품 구상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삶에서 느낀 것들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문화나 사회의 단면들을 어떻게 하면 압축해서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무턱대고 작업부터 시작하지는 않는다.
초기 작품은 선이 촘촘하지만 요즘의 작업들은 선이 좀 더 미니멀해졌다. 앞으로의 작업방향은?
쉽게 얘기하면, 촘촘한 선은 소설이고, 단순한 선들은 시다. 부가설명이 조금 더 많으냐, 압축하느냐의 차이인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시같이 표현하는 것이 좋다.
늘 실험을 한다. 앞으로도 여러 방식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연구하겠지만,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내 마음에 들 때 공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이고 싶은가?
머리보다 가슴으로 작업하는 작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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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
개인전
2013 철근전, 영은미술관, 경기 광주
2013 김창환 초대전, 롯데갤러리, 서울본점
2011 김창환 초대전, 잠실롯데호텔, 서울
2011 Swimming in Ssamzigil, 쌈지길, 서울
2011 유영, 한전아트센터, 서울
수상경력
2011 소마미술관 아카이브 등록작가선정
2011 한전아트센터 전시기획공모당선
2009 대한민국 미술대전 최우수상
2004 경기문화재단 아트센터 전시기획공모당선
2003 부천시 문화산책공원 조형예술작품공모 입선
2002 경기미술대전 특선
2002 청년작가 야외조각공모 입선
2001 홍익야외조각 대상전 특선
2001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2000 단원미술대전 특선
출처 : Art Mk